풀칠러A

많이들 그럴 것 같은데, 백신 접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평하지 않은 쉼의 선택권 이야기라는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보냈던 회사원 시절부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저는 여전히 정말 쉰다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쉰다는 것이긴 할 텐데, 라며 막연하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주말을 보내고 나도 휴일을 보내고 나도 그닥 쉰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건 그저 더 쉬고 싶은 마음에 플라시보처럼 스스로 합리화한 증상일 뿐일 걸까요(..). 일을 하지 않는 게 쉬는 것이라고 하기엔 주말에도 청소부터 장보기까지 '개인적인 업무'가 많아서 가만 있을 시간이 별로 없고, 그렇다고 오랜만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온다 해도 결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비생산적으로 소비하고 맙니다. '생산적'이라는 단어가 빌런인 것 같아요. 저는 늘 무엇을 하든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거든요. 심지어 설거지를 할 때 조차 그릇을 크기대로 잘 포개서 설거지라는 행위의 효율을 높이자고 생각하는 인간이니까요(흑흑). 암튼, 그렇게 멍하니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고 나도 결국 나의 뇌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일을 했기 때문에 꼭 쉬었다고 할 수도 없어요. 그렇다면 정말 쉬는 건 무엇일까요? 우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쉴 수 있을까요?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사람의 뇌는 무자극을 견딜 수 없어 한다던데 말이죠. 특히 오늘과 같은 월요일이 되어 주말 새 넘치던 온갖 상념을 해결하지 못한 채 결국 뒤로 하고 금요일에 미루었던 업무와 마주하게 되면 이런 생각이 강해집니다. 결론은, 지난 풀칠 공감하며 너무 잘 읽었다는 것(...). 말이 괜히 길어졌네요 하하. 모두들 이번 한 주도 즐겁게 여시길...!

아매오

"무엇을 하든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가 떠오르네요. 그는 현대인이 짊어진 피로의 원인이 성과주의라고 진단합니다. 자급자족에 그치던 생산이 부의 축적 수단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하나의 사람, 하나의 사회가 가진 생산성의 한계가 무한대로 늘어나는데요, 어느 시점에서는 그 한계점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그로 인해 좌절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하네요.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가끔 '아 진짜 잘 쉬었다!'라는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럴 때 제가 한 일들은 참 각양각색이었어요. 여행을 다녀오거나, 하루종일 넷플릭스만 보거나, 밀린 풀칠 에세이를 해치우기도 했죠. 그냥 12시간 이상 쓰러져 잠든 날도 있고요. 반대로 이것들을 하고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정말 쉬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게 당연할지도요.

<피로사회>에서 제시한 피로 해소법이 무엇이었는지... 사실 까먹었습니다. 하하하. 제 경험에 기반해 얘기하려고 해도 그저 마음에 달린 것이다, 강박을 조금 놓아보자, 와 같은 다소 도닦는 결론밖에 안 남네요. 쉽지 않죠. 우선 이번주를 잘 살아내보기! 이것부터 해보아요.